2016. 4. 4. 19:36
[ ¿ ]








속이 거북하다. 요즘따라 너를 보지도 못했고 나는 그저 앞으로 7월정도 남은 수능을 준비하고 있었다. 물론 인간은 아니었지만 일단 인간계에 내려온 이상은 나도 고3이었고, 시험을 봐야했으니까.
하지만, 요즘따라 급식을 자주 먹지 못할정도로 속이 거북해졌다. 왜 이럴까? 몸에 이상이 있나 싶었지만, 천사가 인간계의 병원을 찾아갈 수도 없는 일이었기에 그저 참고 있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급식을 거부하고 있는 내 모습에 뭔가가 조금 이상해져서, 모든 경우를 생각해보았다.
내가 요즘 누구와 잠자리를 가진적도 없었고, 피임약도 중간중간 먹었고...그래도...그래도 만약...? 만약이라면?
불안한 마음에 급히 마스크를 쓴채로 밖으로 달려나가 근처 약국에서 임신테스트기를 사고, 기숙사까지 갈 여유같은 건 없었다. 그대로 학교 화장실안 맨 끝칸으로 들어가 문을 잠구고, 사용해보았다. 사실은 보고 싶지 않았다. 어린아이도 좋아하고, 생명이 생겼다는 것은 기쁜 일이었지만, 그렇지만,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아이는, 그리고 너와 사귀는 사이도 아닌 상태에서의 아이는 더더욱, 무섭고 두려웠다.
감고 있던 눈을 살짝 떠서 확인해보자, 보인것은, 선명하게 그어져있는 두개의 빨간색 줄이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이걸, 어떡하지.
임신테스트기를 자연스럽게 떨구고서 눈물을 흘렸다. 이걸 어떻게 말해. 싫어하면 어떡하지? 자기 발목 잡는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내 수능은 어떡하며, 무엇보다 이 아이는 어떡하지..?
너무 미안했다. 아빠도 없이 아이를 가진게 아이에게 너무 미안했다. 게다가 너무 안일했던 내 자신도 너무 죄스러웠다. 지워야 할까? 혼자 조용히 가서? 이걸 말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머리속이 온통 복잡해져서, 떨리는 손바닥으로 나오지 않은 배를 매만져보았다. 지우기에는 아이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낳자니, 아빠없이 자랄 아이가 미안했다. 게다가 그럴일은 절대 없지만, 만에하나 청이가 아빠가 아니라면...?



'싫어! 하지말아요..!'
'한번만. 너도 기분 좋을거야.'
'안돼!!거기 누구 없어요?!!'



그때 그 사람과의 첫 잠자리로 생긴 아이라면? 물론 그럴리가 없다는것도 잘안다. 그 일은 벌써 몇년전 일이었으니까. 그렇지만, 그래도...



'걸레같은 새끼.'
'...흐.......'
'이제 다신 만나지 말자.'



그 때처럼 버림 받으면 어떡하지.






*






똑똑-.
오랜만의 너의 방을 찾았다. 누군가가 볼까 무서웠다. 죄지은것도 아닌데 그게 너무 두려웠다.
방문을 두드린지 얼마나 되었을까. 네가 무미건조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벌써 내게 질려버린걸까. 너도. 그 사람과, 똑같이. 난 그저 하룻밤 상대였던걸까. 말을 꺼내려 했는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울지말자고 그렇게 다짐했는데도, 너를 마주하자마자 눈물이 나왔다.



"...야. 울어요?"
"...아...아니...요..."
"울잖아요. 왜 울어요."




네 손이 내 고개를 들었다. 서럽게 떨어지는 눈물이 볼을 타고 바닥을 떨어졌고, 나는 떨리는 손으로 애처롭게 너의 옷자락을 꽉 붙잡고 있었다.




"왜 우는데요."
"...미안해요."



미안... 정말로..미안해요...



"뭐가 그렇게 미안-"
"내가 청이 발목 잡아서, 미안해요..."
"..무슨 소리에요 그거."



눈물을 닦고 힘겹게 떨리는 입술을 내뱉었다.
미안해요. 내가, 내가...



"...청이 애를...가진것 같아요...."




...어떡하죠..? 미안해요, 미안해...
그리 말하곤 고개를 숙였다. 죄스러운 마음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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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참치초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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