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시간. 남고생들이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잖아 제일 활동적인 시간.

그 말이 옳다고 생각되리 만큼 지금 시간이 체육시간인 남학생들은 모두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도  열심히 이리저리 뛰며 축구를 하고 있었고, 그 가운데에는 하얀 머리의 도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 축구에 끼지 않은 현호는 그늘 아래에 앉아 땀을 흘리며 웃고있는 도우를 바라보았다. 즐거워 보인다. 나도 끼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 때즈음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가 싶어 스스로가 한심해져서 무릎을 더욱 더 끌어안으며 얼굴을 무릎에 파묻었다.

 

'우리랑 같이 다닐래?'

 

같이 다니기는 무슨. 입술을 삐죽이며 그 때 생각이 나서 곰곰히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일까 곱씹어 보다가 곧 포기하고서 물병의 뚜껑을 열고 물을 마셨다.

 

"나도 줘. 물."

 

갑작스레 들린 목소리에 깜짝놀라 하마터면 물을 뱉을 뻔했다. 덕분에 물을 급하게 삼키느라 현호는 기침을 해대며 괴로워 해야 했고, 붉어진 얼굴이 얼마나 괴로운지 알려주었다.

 

"야! 괜찮아?"

"콜록, 갑자기..콜록콜록, 그렇게..."

"아..미안해. 난 너가 이렇게 놀랄 줄은 몰랐지.."

 

한참이 지난 후에서야 진정이 된 현호는 눈을 들어올려 햇빛을 등지고 선 소년을 올려다보았다. 누군가 싶어서 인상을 찡그리며 바라보고 있자니 자츰 선명해지는 형체는 분명 도우였다.

 

"..또 너냐."

 

현호가 핀잔을 주듯이 그리 내뱉자 도우는 신이 나서 현호의 옆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기억해?"

"...내가 기억상실도 아니고.. 기억을 못할리가."

"그거 기쁘네. 기억해줘서."

"...그나저나 여긴 왜 왔어."

"너가 안보여서 체육선생님한테 물어봤어. 너 어딨냐고. 그런데 아프다고 해서, 찾아왔는데 결국 꾀병이네 너."

"..상관쓸일 아니잖아."

"그렇지, 내가 상관 쓸일은 아니지. 그건 그렇고 물 좀 줄래? 축구 뛰었더니 목마르다."

 

-마셔라 마셔. 다 마셔.

이젠 질린다는 듯이 현호는 물통을 도우에게 건내주었다. 도우는 물통을 받아들자마자 단숨에 남아있던 물을 다 마시고서 손등으로 땀을 닦아내고 일어났다. 도우는 물통을 다시 현호에게 쥐어주었고 현호의 머리를 쓰다듬고서 웃으며 다시 운동장으로 뛰어갔다.

 

"이 오빠가 얼마나 축구를 잘하는지 잘 봐."

 

-응원해줘야 해.

그렇게 말하고 사라진 도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현호는 어이가 없다는 듯 짧게 웃어보였지만 그것도 잠시 곧 무표정한 얼굴로 그 자리에서 일어나 뒤를 돌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누가 오빠야 오빠긴.

 

"...진짜.."

 

..내가 왜 이러지.

Posted by 참치초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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